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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생활 속 법률 이야기

남의 차 타고 가다 사고 나면(호의동승)

by 송변호사 2014. 4. 8.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다른 사람의 차를 얻어타고 가다가 사고를 당하면 가해차량에 손해배상 책임을 100%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010년 교통사고로 숨진 A씨의 모친 조모(58)씨가 상대방 차량의 보험사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원심은 가해차량의 보험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100% 지웠지만, 대법원은 A씨가 피해차량에 '호의(好意) 동승'한 점을 고려해 배상액을 감액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중략....)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4/04/07/0701000000AKR20140407099600004.HTML

 

 

 

 


기사와 같이 최근 대법원에서는 가해차량 100% 과실이 인정되는 교통사고에서 피해차량에 탑승한 동승자에게는 100%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유는 '호의동승'인데 과연 호의동승이 무엇이길래 일반인의 법감정과 다른 판결이 나왔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호의동승

 

호의동승은 일반적 생활관계에서 비롯된 차량의 탑승을 의미합니다. 법은 메트릭스와 같이 생활의 모든 면을 법적 관점으로 적용하고 해석하지만 법률적으로 무의미한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평가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활 상 일어날 수 있는 관계와 현상까지 법적 평가를 한다면 행동의 제약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상 '호의관계'라 하는데 호의동승 역시 호의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호의동승의 효과

 

호의동승일 경우, 운행자와 탑승자 사이에는 아무런 법적 의사가 없으므로 양자 사이에 채권, 채무관계 역시 존재하지 않아 운행자가 탑승자의 시간에 맞춰 운전을 할 의무도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의무도 없습니다. 위반을 하였다고 하여도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택시를 탑승한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의 과실로 잘못된 곳에 내리게되었다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할 것입니다. 택시기사와 승객은 법률관계(노무제공도급)에 있기 때문입니다.

 

 

 

 

 

 

불법행위 발생 시 손해배상 청구

 

호의동승이라 할지라도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과 같은 법률규정에 의한 청구권은 성립 가능합니다. 교통사고가 대표적인 예인데 기사내용과 같이 탑승자였던 A씨는 가해차량 뿐만 아니라 운행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호의동승의 문제

 

 하지만 문제되는 것은 호의성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의 면제 또는 감경을 인정할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예전부터 호의동승사고에서 당사자의 인적관계, 운행의 목적 및 경위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가해장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면 민법 제2조를 근거로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다24302 판결

차량의 운행자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동승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동승을 허락하고 동승자도 그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여 그 제공을 받은 경우, 그 운행 목적, 동승자와 운행자의 인적관계, 그가 차에 동승한 경위, 특히 동승을 요구한 목적과 적극성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으로 보아 매우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그 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으나, 사고 차량에 단순히 호의로 동승하였다는 사실만 가지고 바로 이를 배상액 경감사유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위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 신의칙에 의해 책임을 경감해주는 대상은 운행자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 전 원심에서는 이에 착안하여 동승 운행자가 아닌 가해차량의 운행자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에서는 호의동승에 의한 책임감경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가해차량의 운행자를 대상으로도 호의동승에 의한 책임감경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호의동승에 의한 책임감경은 신의칙이나 형평의 원칙, 즉 일반인의 법감정에 따를 때 공평타당하다 여겨질 보편성이 인정되어 질 때 인정하였던 것인데 이를 가해차량에까지 확대한 것은 기계적 평등에 따른 것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피해자 A씨와 가해차량 운행자 사이는 호의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참작해야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법원의 판결에 의문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