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야….

네겐 엄마가 없어. 아니, 엄마가 사라졌다고 얘기해야 옳겠구나. 네 엄마는 너를 낳고 열흘 만에 집을 나가 행방불명이 됐거든. 그때가 2013년 7월이었으니 벌써 2년이 다 돼가는구나.

 아빠처럼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홀로 키우는 사람을 미혼부(未婚父)라고 부른단다. 아빠도 미혼부가 되기 전엔 몰랐어. 엄마가 없이 아빠 혼자서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걸 말이야.

 2013년 7월 초, 그러니까 네 엄마가 너를 버리고 집을 나가고 닷새쯤 지났을 때였어. 밤새 숨을 헐떡이기에 황급히 너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지. 의사 선생님은 네 폐에 물이 많이 찼다고 그러셨어.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네가 2주 넘게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는 걸 보면서 아빠가 얼마나 많은 울음을 삼켰는지 너는 잘 모를 거야. 그렇게 치료를 마치고 네가 퇴원하던 날. 아빠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또 한번 눈앞이 캄캄해졌단다.

 “봄이가 건강보험 가입이 안 돼 있어서 치료비가 700만원 넘게 나왔네요.”

 아빠는 풀썩 주저앉고 말았지. 아빠가 미혼부인 탓에 네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서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였어. 그때 아빠는 승용차와 시계 같은 돈이 될 만한 건 모두 팔아서 겨우 병원비를 치렀단다.

아빠도 3~4년 전까지는 잘나가는 회사원이었어. 보험회사 다닐 땐 연봉 7000만원 넘게 받은 적도 있었으니까. 결혼도 했었지. 그런데 사기를 당하고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 이혼하고 말았어. 위자료까지 주고 나니 남은 돈이 겨우 16만원이더라.

 아빠는 그 돈으로 넥타이 장사를 시작했어. 주말엔 대형 박람회 안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거기서 네 엄마를 만났단다. 네 엄마도 아빠처럼 이혼을 경험한 여자였어. 우리는 서로 마음이 맞아 동거를 시작했고 봄이도 그렇게 생겨나게 된 거야.

 봄이야….

아빠는 단칸방에서 동거하면서도 봄이가 생겼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미래를 가꿔보려고 했어. 그런데 네 엄마가 그렇게 너를 버리고 나가버린 뒤 모든 게 엉망이 되고 말았지. 그때 봄이 출생신고라도 곧바로 할 수 있었다면 좀 덜 힘들었을 텐데….

 봄이야, 네가 퇴원한 다음 날이었어. 출생신고를 하러 관할 구청으로 갔는데 구청 공무원이 몹시 귀찮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거야.

 “미혼부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습니다. 엄마가 와야 합니다.”

 그 공무원이 서류뭉치를 뒤적이더니 손가락으로 한 군데를 짚으며 덧붙이더구나.

 “여기 보이시죠? 가족관계등록법 46조 2항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母)가 해야 한다.’”

 아빠는 곧장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어. 미혼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면 가정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청구를 해야 하는데 최소 500만원이 들어간다고 하더구나. 아빠는 낙담한 채 돌아와 변호사 비용과 생활비를 마련할 궁리를 하기 시작했어. 택배 기사, 음식점 종업원 등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거절당했지. 아이를 데리고 일하러 오겠다는 남자를 받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어. 출생신고가 안 된 너에겐 주민등록번호가 없으니 어린이집에 보낼 수도 없었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462667

 

중앙일보 2015. 4. 6.자 기사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미혼부의 출생신고를 막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하여 2만명이 넘는 미혼부들이 자신의 자식을 출생신고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호적으로 넣어 형제로 살던지, 기아로 두어 출생신고만이라도 이루어지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베이비박스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슬픈 초상입니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분명 길은 있습니다.

http://songlaw.tistory.com/97      (미혼부의 출생신고 방법 포스팅)

 

 

저는 2014년 부터 이 문제에 관하여 해결점을 찾고자, 실제 사례와 경험을 통해 출생신고 가능성을 타진하였고, 현재에도 여러 미혼부 아버님들과 함께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변호사로서 미혼부들과 그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사건을 진행하면서 많은 절차와 오랜 기간에 아버지들이 지치는 경우도 많이 보았지만, 전문 조력인의 도움이 있다면, 결국 출생신고는 가능합니다.

포기하시지 않는다면, 내 자식과 내 아이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내 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주저하시지 말고 연락 주시면, 언제든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by 신뢰할 수 있는 송변호사 2015.04.06 10:35